5월 8일 서울 양평동 아이파킹 통합관제센터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 전국의 아이파킹 무인주차 관제 시스템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5월 8일 서울 양평동 아이파킹 통합관제센터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 전국의 아이파킹 무인주차 관제 시스템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이쪽에서 바로 처리해드릴게요. 인터폰 버튼 옆에 달린 웹캠 보이시죠? 카메라에 구매 영수증 한 번만 비춰주세요.”

어버이날이던 5월 8일 오후 서울 양평동 ‘파킹클라우드’ 통합관제센터. 이 회사 CS운영팀을 이끄는 이경우 팀장에게 도움을 청하는 콜이 접수됐다. 발신지는 수도권에 있는 대형 쇼핑몰 주차장 출구. 한 남성 운전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식당과 키오스크에서 주차 할인 등록을 하지 않고 그냥 나왔다”고 말했다. 쇼핑몰의 주차 관리실 위치를 알려달라는 남성에게 이 팀장은 “그럴 필요 없다”며 웹캠에 영수증을 보여달라고 했다. 운전자의 영수증이 화면에 떴고 이 팀장은 확인 후 게이트 차단기를 열었다.

해당 차량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이 팀장이 헤드폰을 벗으며 말했다. “이런 종류의 헬프콜이 매일 5000건 이상 옵니다. 방금 보신 것처럼 운전자 실수인 경우가 많고 시스템 오류일 때도 가끔 있죠. 그런데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모든 문제를 관제센터에서 실시간으로 해결해주거든요.” 이 팀장이 손가락으로 센터 내 원격주차요원들을 가리켰다. 150여 명의 요원 대부분이 헤드폰에 달린 마이크로 운전자와 통화하며 손으로는 부지런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한쪽 벽면에 펼쳐진 대형 모니터에는 수많은 주차장 CCTV 화면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파킹클라우드는 무인주차 관제 시스템 ‘아이파킹’을 서비스하는 회사다. 소프트웨어는 물론 주차장 운영 솔루션이 탑재된 기기도 만들어 판다. 파킹클라우드는 2015년 부산에 아이파킹 기반의 첫 번째 무인주차장을 세운 후 지금까지 총 2650곳의 아이파킹존을 만들었다. 불과 5년 만에 선발주자들을 제치고 업계 1위(주차장 수 기준) 자리에 올랐다. 현재도 매달 100곳 이상의 주차장이 신규 아이파킹존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아이파킹이 확보한 48만 개 주차면은 잠실 야구장의 110배 수준이다. 이 넓은 주차면을 하루 평균 68만 대가 이용한다. 초당 8대꼴이다. 서비스 출시 이후 누적 주차 대수는 3억8500만 대에 이른다. 2016년 80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약 600억원으로 불어났다.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 주차장 입구에 아이파킹 무인주차 관제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사진 파킹클라우드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 주차장 입구에 아이파킹 무인주차 관제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사진 파킹클라우드

기술 투자로 시장 장악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주차장 시장에서 아이파킹의 고속 성장을 이끈 일등 공신은 정보통신기술(ICT)이다. 파킹클라우드는 아이파킹에 고도의 클라우드 기술을 도입해 주차 사업주가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입·출차 현황과 매출 리포트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CCTV 영상 전송과 인터폰 연결을 원활하게 해 준 건 안정적인 통신 네트워크다. 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본사 통합관제센터에서 모든 작업을 원격 처리할 수 있게 된 비결이기도 하다. 경쟁 업체들은 무인주차 시스템을 설치하더라도 현장에 별도의 상주 인력을 둔다. 파킹클라우드와 비교해 주차장 확보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기술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이는 파킹클라우드 창업자인 신상용 대표다. 신 대표는 회사 문을 연 2009년부터 신기술 적용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창업 전 10여 년 동안 주차장 업계 종사자로 일하면서 급증하는 주차장 위탁운영 수요를 눈여겨본 것이다. 신 대표는 파킹클라우드 창업 후 삼성벤처투자·산업은행·HB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약 900억원(누적)을 유치했는데, 이 돈의 상당 부분을 기술력 강화에 투자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번호판 인식 솔루션 ‘LPR(License Plated Recognition)’은 이런 노력의 대표적인 결실이다. 아이파킹 LPR은 단순 인식 수준을 넘어 손상됐거나 장애물에 가려진 번호판까지 정확히 판독한다. 임시·외교 등 식별이 어려운 특수 번호판을 구분하는 일도 쉽게 해낸다. “시스템 스스로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오류 사례를 축적하면서 판독 정확도를 끌어올린 덕분입니다.” 관제센터에서 만난 박진영 파킹클라우드 온라인마케팅그룹장이 설명했다. 강남 교보타워, 여의도 IFC몰,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화문 교보문고, 일산 킨텍스 등 각 지역 랜드마크 빌딩 상당수가 주차장에 아이파킹을 도입했다.


코로나19가 무인주차 관심 키워

기존 주차 사업주와 예비 사업주들이 최근 아이파킹 서비스를 또 한번 주목한 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언택트(untact·비대면) 사회 분위기를 앞당겼기 때문이다. 파킹클라우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무인주차 관제 시스템에 대한 관심과 문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슈와는 별개로 무인주차 시스템 수요가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사업주 입장에서 보면 비용 절감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존 주차요금 징수 인력을 건물 보안이나 환경 개선 담당자로 재배치하는 게 가능해진다. 파킹클라우드가 아이파킹을 택한 서울 강남권 A빌딩의 도입 전후 효과를 분석한 결과, 주차장 월 매출은 1.7배 늘고 관리비는 5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plus point

[Interview] 이화진 파킹클라우드 최고전략책임자(CSO)
“하이패스 사용하듯 ‘파킹패스’ 당연한 세상 온다”

이화진 카이스트(KAIST) 공학석사,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 컨버전스 사업부
이화진
카이스트(KAIST) 공학석사,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 컨버전스 사업부

“고속도로 톨게이트 지날 때 하이패스 사용이 보편화한 것처럼 주차장을 빠져나갈 때도 ‘파킹패스’로 무정차 통과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질 겁니다.”

무인주차 관제 시스템 ‘아이파킹’의 시장 공략을 진두지휘하는 이화진 파킹클라우드 최고전략책임자(CSO·부대표)는 5월 8일 서울 양평동 파킹클라우드 본사에서 ‘이코노미조선’과 만나 “주차장을 빠져나갈 때 게이트 차단기 앞에 정차할 필요가 전혀 없는 세상이 다가온다”고 했다.

지금도 주차장 출구에서 무정차 통과는 가능하다. 다만 이를 위해선 차에 탑승하기 전 미리 정산하거나 주차 할인권을 등록해야 한다. ‘번거로운 작업을 전제로 한’ 무정차 통과라는 의미다. 이 부대표가 말한 파킹패스는 의미가 다르다. 그는 “자동차 자체가 핀테크 수단이 되는 ‘카페이(car pay)’ 시대가 열린다는 의미”라며 “차가 ‘움직이는 신용카드’ 역할을 하면 일상의 많은 부분이 지금보다 편리해질 것”이라고 했다.

파킹클라우드가 최근 현대자동차그룹과 주차요금 자동결제 사업 제휴를 한 것도 이를 위해서다. 제네시스 GV80, 7세대 올 뉴 아반떼, 4세대 쏘렌토(기아차) 등 신차 모델에 ‘차량 내 간편결제 시스템(In Car Payment System)’이 장착됐다. 이 모델 운전자들은 차단기의 방해를 받지 않고 아이파킹존을 이용할 수 있다.

이 부대표는 “타 업종 대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현재 2650곳인 아이파킹존이 생각보다 짧은 기간 내에 1만 곳을 돌파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며 “클라우드 시스템의 방대한 주차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선보이겠다”고 했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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