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조차 지워버린 잿빛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었다. 계절풍을 따라 겨울과 봄철 한반도를 뒤덮는 미세먼지를 놓고, 중국은 중국발이라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국내 정치권에서는 무의미한 정쟁만 하고 있다. 명확한 근거를 찾는다고 해도 중국 공장에 규제를 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중국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구 온난화를 야기하는 탄소에 관한 국제 규제를 미세먼지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특히 개도국에서 배출되는 탄소에 대해 선진국 정부는 다양한 형태의 국경탄소조정(BCA·Border Carbon Adjustment)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BCA는 선진국이 탄소를 배출하는 개도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에 일정량의 탄소배출권을 구입하도록 하는 조치를 말한다.

개도국에서 탄소세로 1만원을 내고 제조돼 선진국으로 수출되는 완제품이 있는데, 그 제품을 선진국에서 만들 경우 탄소세로 5만원이 부과된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선진국 정부는 개도국 생산 기업이 느슨한 환경규제로 인한 부당 이익을 취한다고 판단하고 탄소세의 차액인 4만원을 BCA 관세로 부과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1990년대 여러 산업 분야에 걸쳐 다양한 BCA 관세를 도입했고, 국제 사회에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이 때문에 일부는 폐지됐으나, 일부는 여전히 일본식으로 수정돼 시행되고 있다. 일본은 WTO(세계무역기구)의 자유무역주의를 우회하기 위해 2004년 ‘지구온난화대책세’를 신설해 국내외 생산지와 관계없이 모든 상품에 균일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우리도 지구온난화대책세와 같은 미세먼지대책세 신설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국내외 어디에서 생산하든지 관계없이 모든 공산품에 대해 균일하게 과세하되, 집진 시설과 친환경 시설을 설치·운용하는 기업에는 면세 혜택을 주면 된다.

기업 스스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투자에 나서게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국내 기업에만 적용되는 역차별적인 환경규제도 바로잡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 이런 세제를 동아시아 여러 나라와 공유함으로써 중국 기업들을 압박할 수도 있다.

실제 일본 학계에서는 중국발 미세먼지와 황사 등에 대한 과세 방안을 연구 중이다.

이보다 더 장기적이고 강력한 방법은 미세먼지 규제를 국제 환경 기준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가령 선진국 정부들은 식품안전을 이유로 수입 농수산물에서 농약이나 항생제 등 위험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경우 전량 반송하고, 단계적으로 수입 금지 조치까지 시행한다.

또 공산품의 경우, 화재 시 노동자들의 대피장소가 확보돼 있는지 여부, 아동노동(child labor)이 투입되지는 않았는지 등의 구체적인 작업환경의 국제 기준도 마련돼 있어 이를 수용하지 않는 기업은 수입 제재를 받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UN 등 국제기구의 환경의제로 미세먼지 문제를 채택해 이를 국제 환경 기준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가 간 공동조사와 국제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일단 국제 환경 기준에 포함되면, 그것을 따르지 않는 국가에서 수출되는 모든 품목에 대한 국제 사회의 규제가 가능해진다.

굳이 그 미세먼지가 어디서 왔는지를 놓고 중국과 외교적 대립을 할 필요가 없다. 미세먼지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는 국제 사회의 동의만 이끌어내면 된다.

단기적으로는 WTO 규정과 충돌하지 않으면서 미세먼지 배출 기업들에 환경세를 부가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장기적으로는 미세먼지에 대한 국제 기준을 마련해 그 국제 기준을 따르지 않는 기업들을 국제 무역에서 퇴출시키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

심승규 아오야마가쿠인대 국제정치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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