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요시노 아키라 아사히카세이 명예 연구원이 10일 교도통신과 진행한 단독 인터뷰 도중 이마에 손을 얹은 채 크게 웃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올해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요시노 아키라 아사히카세이 명예 연구원이 10일 교도통신과 진행한 단독 인터뷰 도중 이마에 손을 얹은 채 크게 웃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9일(현지시각) 리튬이온배터리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미국 텍사스대의 존 구디너프(97·미국) 교수, 미국 빙엄턴대의 스탠리 휘팅엄(78·영국) 교수, 일본 화학 기업 아사히카세이(旭化成)의 요시노 아키라(71·일본) 명예 연구원을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요시노 연구원은 24번째 일본인 노벨 과학상 수상자다.

노벨위원회는 “가볍고 재충전이 가능한 리튬이온배터리는 휴대전화에서 노트북, 전기차까지 많은 기기에 사용되며 우리 삶을 혁신했다”며 “이번 수상자들은 화석연료에서 자유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요시노 연구원은 1985년 현재의 리튬이온배터리 원형이 되는 제품을 개발했다. 이전에도 리튬이온배터리가 있었지만 폭발 위험성이 커 상용화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요시노 연구원이 안정적인 산화·환원반응이 가능한 리튬이온배터리를 개발해 폭발 위험성을 크게 줄였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소니는 1991년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배터리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휘팅엄 교수는 1972년 미국 석유 기업 엑손모빌에 들어가 (+)전기를 띤 양이온이 고체의 빈 곳에 끼어들어가는 현상을 이용해 리튬이온배터리를 개발했다. 구디너프 교수는 1980년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휘팅엄 교수의 연구를 발전시켜, 리튬이온배터리 전압을 두 배로 올렸다. 1922년생(97세)으로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최고령자다.

요시노 연구원을 포함한 수상자들은 900만스웨덴크로네(약 10억9200만원)의 상금을 나눠 받는다. 시상식은 노벨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가 발표된 직후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요시노 연구원은 “(연구자는) 유연성과 집념, 이 두 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가장 좋아하는 격언으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을 꼽았다.

그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가 보편화하면서 리튬이온배터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진 게 수상 배경인 것 같다”며 “(리튬이온배터리가) 향후 전기차에 폭넓게 활용돼 환경 문제 해결에 이바지하길 기대한다”라고도 했다.

교토대 대학원 석사 과정을 수료한 요시노 연구원은 대학이 아니라 기업에서 연구하기 위해 1972년 아사히카세이에 입사했다. 이후 2005년 오사카대에서 뒤늦게 박사 학위를 받았고, 2015년 연구 일선에서 물러났다. 2017년부터 나고야에 있는 메이조대(名城大)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기업에서 연구한 것은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져 세상에 출시된다. 그래서 대학에서의 연구보다 더 보람 있다고 생각해 아사히카세이에 입사했다”고 말했다. 아사히카세이는 리튬이온배터리 핵심 부품인 분리막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세계 1위(20%)를 달리고 있다. 회사의 작년 매출은 23조원이었다. 회사 연구 조직도 그의 이름을 딴 ‘요시노연구실’이다.


연결 포인트 1
일본 과학의 힘, 또 한 번 과시
2000년 이후로만 19명

일본은 노벨 과학상 수상자 수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를 압도한다. 요시노 연구원이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하며 올해까지 일본인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24명이 됐다. 일본은 1949년 유카와 히데키 당시 일본 교토대 교수가 처음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이후 꾸준히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중국은 3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왔다. 한국인 수상자는 없다.

일본에서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많아진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2000년 이후에만 19명을 배출했다. 19세기 후반부터 과학기술에 투자했고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기술을 숙성시켜간 것에 대한 결과가 뒤늦게 나온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은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기초과학에 투자한 노력이 21세기에 열매를 맺은 것”으로 분석했다.


연결 포인트 2
노벨 과학상의 산실(産室) 교토대
자유로운 학풍이 비결

교토대는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곳이다. 1949년 일본인 최초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 교수가 교토대 출신이다. 지금까지 일본이 배출한 노벨 과학상 수상자 24명 가운데 교토대 출신이 8명이다. 3명 중 1명이 교토대 출신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교토대가 다수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게 된 비결을 특유의 자유로운 학풍과 개방성에서 꼽는다. 1987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도네가와 스스무 박사의 일화는 교토대의 자유로운 학풍을 보여준다. 그는 학부 시절 바이러스 공부에 빠져 전공인 화학을 소홀히 했지만 학교 측은 오히려 그의 학구열을 높이 사서 졸업시켰다. 결국 그는 대학원에 진학해 분자생물학으로 전공을 바꿨고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연결 포인트 3
급성장하는 리튬이온배터리 시장
전기차 주 동력원으로 활용

요시노 연구원이 개발한 리튬이온배터리는 방전 과정에서 리튬이온이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는 이차전지(충전이 가능한 전지)를 말한다. 에너지 밀도가 높으며 사용하지 않을 때도 자가 방전 정도가 적어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방산 산업, 자동화 시스템, 항공 산업 분야에도 쓰인다.

일본 후지경제에 따르면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은 2022년에는 7조3914억엔(약 82조20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2017년보다 2.3배가량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이다.

특히 리튬이온배터리는 전기차에 많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 등 대부분의 전기차 회사가 리튬이온배터리를 주 동력원으로 활용한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연평균 25%씩 성장해 2025년 1600억달러(약 18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해용 기자, 박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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