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프랑스적인 작가라고 평가받는 마르셀 프루스트. 사진 조선일보 DB
가장 프랑스적인 작가라고 평가받는 마르셀 프루스트. 사진 조선일보 DB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1권 스완네 집 쪽으로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김희영 옮김
민음사|전 2권|각 권 1만2000원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모두 7권으로 구성돼 있다. 프랑스 현대 소설치고는 보기 드물게 방대한 분량이다.

프랑스에서도 이 소설을 다 읽은 사람이 많지 않다. 두툼한 대작(大作)이 던지는 독서의 부담 못지않게 각 권의 각 쪽이 정밀하고 촘촘한 문장으로 꾸며졌을 뿐 아니라 느리고 긴 만연체로 화자 ‘나’의 온갖 상념을 늘어놓기 때문에 사실상 단숨에 읽기가 불가능하다.

사건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문체를 음미하면서 더디게 7권을 읽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어디 한곳에 붙박이지 않고선 완독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요즘 프랑스 문단에선 프루스트를 현대소설의 최정상에 올려놓거나, 프루스트야말로 19세기 말~20세기 초 프랑스 사회를 가장 잘 형상화한, 가장 프랑스적인 작가라고 서슴없이 평가한다.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국내에서 1985년 김창석(1923~2013년) 시인의 외로운 노력으로 완역된 적이 있다. 원문에 충실한 번역이었고, 지금도 읽히고 있다. 하지만 외국 문학 번역이 세대에 따라 새로워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번역이 낡았다는 평가를 면치 못했다. 더구나 김 시인은 프랑스에서 1954년에 나온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번역 텍스트로 삼았다.

그런 의미에서 김희영 한국외국어대 프랑스어과 명예교수가 1987년 프랑스에서 새로 나온 판본을 우리말로 번역해오고 있는 작업이 주목받아 왔다. 김 교수는 2012년 첫 권 ‘스완네 집 쪽으로’를 낸 뒤 정년퇴임 후 본격적으로 번역에 매달려 최근 4권 ‘소돔과 고모라’까지 냈다. 전 7권 중 절반은 번역을 끝낸 셈이다. 김 교수는 2021년 완역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 교수 번역본은 원본의 각 권을 두 권씩 쪼개서 나왔다. 2012년 이후 한국어판은 모두 8권이 나왔는데, 발행 부수는 지금껏 13만 부가량이라고 한다. 첫 권이 4만 부로 가장 많고, 그 뒤로 갈수록 부수가 줄었다. 이 책에 도전하는 독자들 대부분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것이다. 프루스트 읽기에 관한 한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김 교수 번역본은 원문의 문체와 분위기를 섬세하고 유려하게 우리말로 옮겼다는 평가를 받아왔기에, 우리 독자들이 마음먹고 완독할 가치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번역본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홍차에 마들렌을 녹여놓곤 차를 마시며 떠올린 화자 ‘나’의 강렬한 기쁨을 담아 이른바 ‘프루스트 효과’란 말을 낳은 부분이 아닐까. 그 문장의 향연을 음미해보면 이 책에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나는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이 기쁨은 마치 사랑이 그러하듯이 귀중한 본질로 나를 채우면서 삶의 변전에 무관심하게 만들었고, 삶의 재난을 무해한 것으로, 그 짧음을 착각으로 여기게 했다.”

박해현 조선일보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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